SKT 청년43요금제를 쓴 지도 어언 2년이 지났다. 그 사이 선택약정도 신청해서 매달 3만원대의 금액으로 8기가의 데이터를 누려왔다. 그런데 이번 6월을 기점으로 나의 핸드폰 일상에 큰 변수가 생겼다. 첫째, 올해로 만34세가 지난다는 것. 그렇기에 더이상 청년요금제를 이용할 수 없게 되고 또한 선택 약정도 만기가 되어 다시 2년을 설정하지 않는 한 원래 금액인 4만 3천 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다시 선택약정을 하느냐, 아니면 어디서 들어본 알뜰요금제를 써보느냐... 일주일간 심각하게 고민을 한 뒤 알뜰폰을 한 번 써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알뜰폰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디뎠는데... 웬걸!!! 모르는 용어 투성이고 가입 조건이나 제약 사항 등 여러 가지로 고려할 게 너무 많았다. 나는 알뜰폰 계에도 나름의 대기업이 있을 줄 알았는데 SKT망 알뜰폰만 해도 그 종류가 9개에 달한다. 스마트폰을 처음 개통한 이후 이제껏 SKT만을 써왔기에, 최근 유심 이슈가 있긴 했지만 통신망을 바꾸는 것은 심적으로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위 9개 업체 중에서 여러가지 상품들을 비교해 보았는데... 주말내내 머리가 아플 정도로 결정이 쉽지 않았다.
2. 무엇이 고민이었는가
데이터가 넉넉한가 싶으면 전화량이 극히 적거나, 전화량이 무한이다 싶으면 데이터가 한 달 7기가 밖에 되지 않았다. 둘 다 무한이면 금액이 비싸서, 사실상 메이저 통신사 요금제를 쓰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그렇기에 굳이 알뜰폰을 써야 하는 명분을 지키며 선택을 하기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이번달 기준 크게 두 가지 요금을 가리고 이 둘 중 무엇을 택할지 고민하였다.
첫 번째는 아이즈에서 제공하는 4,300 요금제였다. 지금 쓰는 요금제의 1/10 가격에 달할 정도로 파격적인 가격에 데이터도 현 8기가 보다 2기가가 더 많은 10기가였다. 다만 통화가 200분인 게 흠이지만 실제 일상에서 200분 다 쓸 일도 잘 없지 않나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객센터가 따로 없어 챗봇에 문의하거나 이용자간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것이 최선이라 이를 단점으로 지적하는 평들이 많은 것도 마음에 걸렸다.
두 번째는 모빙에서 제공하는 7,700 요금제였다. 현충일에 올라온 상품으로 연휴가 지나 오늘 월요일 기준 마감됐다. 캡처 사진을 올리려고 사이트에 들어가니 이미 페이지가 내렸다. 이 요금제는 7기가를 제공하고 통화는 무제한이었다. 매달 약 8기가 내외를 사용하는 나로서는 불필요한 통화 무제한보다 애매한 7기가란 데이터가 마음에 걸렸다. 더군다나, 첫 번째 알아본 요금제보다 무려 3,400원이 비싸지 않은가...?!
3. 고민을 덜기 위해 알아본 곳은?
혼자 머리만 끙끙 싸매봤자 정답은 없었다. 바로 디시인사이드 알뜰폰 갤러리를 눈팅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의 고민글과 댓글, 개념글들을 정독하며 알뜰폰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었다.
4. 결론은
생각이 복잡할수록 결단은 단순하게 내렸다.
"일단 제일 싼 요금제부터 올라가보자!"
처음부터 비싸거나 애매한 금액의 알뜰폰을 쓰면 알뜰폰 사용의 취지가 무색하지 않은가? 일단 어느정도의 조건을 갖춘 최저가의 요금제부터 시작해서, 사용하며 이런 저런 고충이나 헤택을 직접 경험해보고 부족하다 싶으면 1,000원씩 1,000원씩 업그레이드 해보는 것이다. 또한
"매달 업체마다 특가 요금제가 있다!"
이 점도 고민을 많이 덜어주었다. 주기적이진 않지만 매달 꼭 1~2개 정도 파격적인 요금제가 등장하는 것 같다. 알뜰폰 갤러리에서는 이를 GPT로 이미지화 하여 호랑이, 곰 등으로 형상화한 요금제가 왕좌에 앉아 있는 묘사를 하기도 한다. 여러 모로 재밌는 곳이다. 그러니 일단 무엇을 쓰든 쓰다가 특가 요금제가 있으면 위약금 규정을 잘 살펴보고 때가 되었을 때 이동해가면 된다. 이를 전문요어로 '메뚜기'라 칭하더라.
"메이저 통신사 요금제는 언제든 당신의 고향처럼 기다린다"
설령 이 알뜰폰 저 알뜰폰 써봐도 영 내 스타일이 아니면 다시 메이저 통신사 요금제로 돌아와도 된다. 비록 청년 요금제라던지 혜택을 받을 수 없을 지라도, 알뜰폰의 세계를 경험하지 못하고 무지성으로 사용하는 것과 알뜰폰의 명과 암을 직접 체험해보고 돌아와서 사용하는 것은 그 마인드가 천지차이일 것이다. 다시 말해, 더 감사하고 만족해하며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이제 막 알뜰폰에 발을 들이는 이용자라면 너무 고민하지 말고 일단 적정 조건의 최저가에서부터 시작해보는 것을 권장한다.
에필로그: 그래서 선택한 요금제는?
나의 선택은 위에서 보여준 첫 번째 요금제,아이즈 모바일 4,300이다. 10기가의 데이터면 한달 간 충분하다 나에겐. 통화 200분이 문제인데, SKT 이용자라면 나에게 걸었을 때 '고객 간 무제한'이 여전히 적용되므로 받는 전화는 부담없이 받으면 되고, 걸어야 할 일이 있을 땐 친한 사이면 와이파이를 활용하여 보이스톡으로 소통하거나 가능한 한 전화보다는 메신저로 용건을 주고 받으면 된다. 요즘 용건있다고 친구 사이에 일일이 전화 걸어 소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